물멍도 힐링이 될까? (붕어낚시의 즐거움)

붕어낚시를 하다 보면 조황과 조과가 좋은 날은 정신없이 붕어를 낚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러하듯 모든 것이 생각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죠.
어떤 날은 찌가 그야말로 말뚝처럼 꼼짝도 하지 않아 별수 없이 꽝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 낚시꾼의 유형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1. 어떻게 해서는 방법이란 방법은 다 써보고 물고기를 낚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2. 어차피 낚시도 안 되는 거 그냥 바람 쐬러 왔다 생각하고 여유롭게 편안히 머물다 간다.

물론 모처럼 쉬는 날 낚시를 하러 왔는데 꽝을 치게 되면 유쾌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조과라는 건 정말 같은 곳이라도 날마다, 시간대마다 다르고, 그 이유도 미스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알 수 없는 데다 명쾌한 해결 방법도 없습니다.

필자 역시 지난 주말 유료터로 출조를 했는데..
날씨는 하루 종일 흐리고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고, 바람까지 부니 너무 춥게 느껴졌습니다.

수온도 차가운 편이라 그런지 붕어들의 활성도도 매우 저조할 것 같았는데,, 역시나 입질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국 모처럼의 출조의 결과가 뻔히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찌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비바람에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 와중에도 떡밥도 바꿔보고, 장소도 이동해 보고, 낚싯대 편성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 등..
붕어 한 마리를 낚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잔잔한-수면-위의-찌와-물멍-힐링

저 역시 워낙 입질도 없다 보니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 문득 주변 경치를 둘러보다가 불현듯 흐린 날씨에 더욱 푸르고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래 어차피 낚시도 안 되고, 그냥 바람 쐬러 왔다고 여기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준비해온 도시락도 먹고, 관리실의 뜨거운 믹스커피도 한 잔 하면서 잔잔한 수면 위의 찌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내 마음이 편해지고, 잔잔한 수면 위에 가끔씩 떨어지는 빗방울.. 
흐린 날씨 덕분인지, 더욱 선명하고 가깝게 보이는 풍경과 수면 위에 드리워진 예쁜 찌..

이렇게 조바심이 생겼을 때 미처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어느새 물멍의 경지에 빠져 나름대로의 힐링을 만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이제 철수를 하려고 할 때 정말 거짓말처럼, 선물처럼 월척 붕어 한 마리를 낚을 수 있었습니다.

물멍과 함께 한 힐링의 시간과 더불어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 나와준 붕어 한 마리..
모처럼의 獨釣의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또 다른 다음 출조를 기약하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