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도 화나면 성질을 부린다 (feat. 붕어 낚시)

흔히 개성과 성격은 사람만 지니고 있는 기질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물들도 각자의 성격이 있다. 심지어 물고기도 나름대로의 성질이 있고, 붕어 역시 저수지, 씨알, 환경 등의 차이에 따라 그 성질이 제각각이다.

 

물고기인 붕어도 성격이 있다

 

낚시를 오래 다녀보면 저수지마다 물고기의 특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낚시꾼이다 보니 이런 느낌은 일단 '이 지역의 물고기들, 특히 붕어는 어떤 미끼를 잘 먹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우선은 현지인이나 이미 낚시를 하고 있는 다른 조사에게 현지의 붕어들이 무엇을 잘 먹는지 물어본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지렁이 미끼를 써서 반응을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낚시를 하면서 붕어들을 낚기 시작하고 여유가 좀 생기다 보면 이것 저것 미처 의식하지 않았던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현지 물 속 생태계 특성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대상어인 붕어들의 현지 습성이 다른 곳과 좀 다르다는 것도 느껴진다.
미끼 취이 습성도 다르고, 입질 형태도 모두 다르다.
물론 계절적 요인과 기후, 수온 등의 영향도 있지만, 체고, 체형, 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성질도 좀 다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곳은 붕어의 성질이 좀 순하다고 느껴지는 곳도 있고, 어느 곳은 붕어도 제법 성깔이 있다. 
물고기가 성깔이 있다는 표현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붕어들도 화나면 성질을 부리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붕어가 화가 나면 보이는 특징은,,
  • 일단 모든 지느러미를 있는 대로 바짝 세운다.
  •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둥이를 쫙 벌린 채 있는 대로 내밀고 있다.
어찌 보면 참 가소롭게 보이는 정도지만 이것이 바로 붕어가 성질을 부리는 유일한 방식이다.

낚여진-붕어가-손바닥-위에서-가만히-있는-모습

  

그래도 붕어는 양반 같은 물고기다

 

그래도 붕어는 꽤 점잖고 느긋한 물고기이다.
살치나 피라미 같은 물고기들은 일단 잡히면 성질이 급해 파닥거리다가 제 풀에 죽어버린다.

잉어는 바닥에 닿거나 사람 손이 닿으면 쉴 새 없이 푸드덕 거리고, 살림망에 넣어놨어도 갑작기 자맥질하며 튀어올라 탈출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붕어는 꽤 얌전한 편이다.
후킹이 되어 랜딩할 때야 당연히 붕어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상황이니 있는 힘을 다해서 저항을 하지만, (이럴수록 낚시꾼은 강렬한 손맛을 느끼게 된다) 일단 물 밖으로 끌려온 붕어는 손으로 가만히 받쳐만 주면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
  
  
물론 등과 배를 꽉 움켜쥐면 붕어도 깜짝 놀라 가만히 있지 않지만, 손으로 가만히 가슴과 배를 받치고 있으면 주둥이만 뻐끔거릴 뿐, 그냥 얌전하게 가만히 있는 물고기가 바로 붕어다.

원줄을 강하게 쓰는 대물꾼들이 굳이 뜰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붕어의 이런 느긋한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이런 성질의 우리 토종 붕어를 두고 "양반, 군자(君子)같은 물고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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