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보다 낚시 장비와 소품에 몰두하는 사람

함께 낚시를 다니는 釣友 중에는 낚시 장비와 소품에 엄청 몰두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낚시를 가기 위한 약속을 하는 것 외에 수시로 전화 연락을 해서는,,
"이번에 어디 어디에서 무슨 제품이 새로 나왔다고 하더라"
"이번에 나온 ~찌가, ~채비가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새로 구입했는데 너무 좋은 것 같다" 등등의 장비와 소품 이야기를 합니다.

함께 출조하는 입장에서 십분 이해가 가긴 합니다.
사실 웬만한 낚시꾼이라면 자꾸만 낚시 장비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조구사에서 새로 나온 찌, 새로 나온 채비, 새로 나온 낚싯대를 보게 되면, 자꾸만 눈에 밟히고, 여유가 되면 사서 갖고 싶은 욕구가 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심리적 통제 없이 팔랑귀가 되어 자제력을 잃고 보는 대로 질렀다가는 뒷감당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단 와이프에게 단단히 혼날 각오를 해야 하고,
막상 눈에 밟혀 질러 놓고는 정작 잘 써먹지도 못하는 것이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욕구 조절이 필요합니다.

낚시-현장에서-찌-세팅하는-모습
현장에서 저렴한 찌를 사용하여 세팅하는 모습. 참고 이미지
 
그런데 위에서 말한 지인은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막 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군계일학에서 새로운 하이브리드 찌가 나왔다 하면, 각 제원 별로 한 세트씩 구매합니다.

새로 출시된 낚싯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역시 마찬가지로 앞뒤 안 가리고 삽니다.

그러다가 감당이 안 되거나 싫증이 나면, 지인에게 혹은 당근 마켓이나 낚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중고로 팔고 또 다른 것을 삽니다.

정말 낚시 장비 소유 열정이 대단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 입장에서 정말 경천동지(驚天動地) 할만한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 친구에게는 가장 아끼는, 이 친구 말로는 오직 자신만 갖고 있는, 세상에 오직 두 개 밖에 없는 고가의 명품 찌가 있습니다.

한 개에 26만 원씩이나 하는 이른 바 '6공찌'라고 하는 찌를 2개나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이 80cm 장찌는 특이하게도 찌 몸통에 6개의 구멍이 나 있습니다.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서 환상적인 찌올림을 선사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친구는 낚시할 때마다 항상 이 찌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마치 이 찌를 사용하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찌올림을 보여줄 것만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번번히 그 6공찌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꼭 이 찌를 쓸 거야" 하고 말했다가도 막상 대 편성을 할 때 이 찌를 들고 한동안 벌벌 떨더니 결국 부담없는 저렴한(?) 찌를 사용해서 낚시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6공 찌를 사용하다가 혹시 원줄이라도 터지게 되면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이 친구는 아주 비장한 결심을 하고 그 찌를 사용합니다.
"오늘은 반드시 이 찌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 이 찌가 전시용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어" 라는 말과 함께.

찌-몸통에-구멍이-나있는-육공찌
육공찌

그러다가 그만 원줄 터져서 6공찌를 홀랑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밤낚시 도중에.
물론 이 친구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거의 멘탈이 나가서 찌를 찾겠다고 달밤의 좀비처럼 양어장 둘레길을 걸어 다니며, 찌를 찾으려고 바둥거렸는데, 문제는 찌를 찾는다고 그 밤에 서치 비추고 다니다 보니 낚시하는 사람들 모두 난리가 났던 것입니다.

한밤중이니 관리인 불러서 배 타고 찾으러 다닐 수도 없고, 밤낚시 하는 다른 사람들 원성 때문에 이 친구 낚시는 고사하고, 거의 흐느껴 울기 직전이더군요.

새벽 물안개 필 때부터 관리소 가서 얼마나 징징거렸던지 결국 관리인 깨워서 배타고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낚시꾼들이 새벽부터 배 타고 다니면서 물결 치게 만들었다고 욕하고 난리치는 건 당연했고요.
이 친구는 그 뒤로도 한동안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찌 하나가 26만 원이나 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럴 바엔 뭐 하러 그 비싼 용품을 사서 전전긍긍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도 이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지름신 강림하듯 낚시 장비와 용품에 몰두하는 편입니다.
이번에 또 무슨 '세오리' 라는 낚싯대랑 별찌 세트 샀다고 전화 왔어요.

상처 받을까 봐 그때 그 6공 찌 얘기는 안 했습니다만, 이제 장비나 용품은 좀 그만 사라고 말해줬습니다.
어차피 다 쓰지도 못 할 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고 말이죠.

물론 낚시 장비를 둘러보고 구매하는 것도 낚시의 재미라고 할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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